2009년 5월 30일 토요일
2009년 5월 27일 수요일
2008년 9월 25일 목요일
장편소설 살아남은 전설
장편소설 살아남은 전설
살아남는다는 건 부재의 부정이기에 앞서 은둔과 기대의 한계적 죽음이었으며, 전설은 부패한 이 시체의 구멍 뚫린 현존의 공간에서 잠식을 꾀한다. 작가는 일탈과 중력이 상쇄하는 역사의 현장을 극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수많은 전설들 속에서 가치 방황을 겪는 소설의 주인공들은 만날 수 없는 '타자', 진리의 바다에서 카오스의 돛배를 타고 독자들의 구원을 갈구하고 있다. 아무튼 작가를 따라 '살아남은 전설'의 미로를 산책하다 보면 저도 모르게 황홀한 전설의 제국을 발견하게 되며, 그 진미에 흠뻑 도취되고 만다. 그 까닭은 이 소설만이 전유하고 있는 고유한 풍경 때문일 것이다.
윤후명(소설가)
이국땅에 뿌리내리며 스스로 전설이 되어버린 여인 삼대, 그 끝자락에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주인공들은 시장경제체제라는 혼돈의 바다에서 다시 한 번 거대한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중국에서 작가적 입지를 굳힌 장혜영은 반도 속에 웅크린 우리 역사를 만주벌판의 된서리와 비바람 속에서 펼쳐가다가 사회주의의 산맥을 넘어 자본주의의 난바다로 이끌어내고 있다. 이제 우리의 삶은 그들과 함께 부대끼며 엮어가야 할 시대적 과제가 되고 있다.
황광수(문학평론가) 책 소개
여인 4대의 일대기를 통해 역사적 삶과 전설을 넘나든다중국에서 중견작가로서의 입지를 확고하게 굳힌 장혜영은 이 소설에서 여성들의 삶과 의식을 매우 중층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작가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면서 전설들에 내장된 상징성을 다각적으로 해석해내기도 하고, 남존여비의 뿌리깊은 관습에 짓눌리며 살아온 여인들의 운명을 겹겹이 중첩시킴으로써 전설들의 내용이 단순한 허구가 아님을 역설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말하자면, 한 맺힌 삶의 기억들이 의식의 심층에 침전되어 집단무의식이 되고, 이것이 장구한 세월 속에서 전설로 전화되었음을 파란만장한 삶으로써 구체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살아남은 전설’들에는 피어린 삶으로 전승된 역사의 숨결이 담겨 있는 셈이다. 이 소설은 4대에 걸친 여성사를 통해 이국땅에 뿌리내려온 우리 민족의 처절한 삶의 역사와 함께 자본주의의 풍조가 휩쓸고 있는 오늘의 중국땅에서 심대한 변화를 겪고 있는 여성윤리의 문제를 심도 있게 파헤치고 있다. 작가는 여인사를 ‘한’으로 응축한 이전 작품들과는 달리, 그것의 축적으로 잉태된 집단무의식을 해부함으로써 역사적 삶과 전설 사이의 장구한 시간에 육체성을 부여하고 있다. 이 소설은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교차시킴으로써 눈부신 문명사적 변화를 겪고 있는 독자들에게 오늘의 뿌리를 되짚어볼 수 있는 풍부한 삶의 지표를 제공하고 있다.
작품 줄거리출판사 문학담당 편집부장인 동혜정은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고 허탈감에 빠져 있던 어느 날 대학에서 ‘민간문학’(구비문학)을 가르치는 김인호 교수와 함께 조선족의 전설을 수집·편찬하는 일을 맡아달라는 경포시(목단강시를 모델로 한 소설 속의 지명)의 요청을 받는다. 이 고장에는 전설이 많았다. 혜정은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단지만 하더라도 ‘눈먼 사공과 아내’라는 여진족 전설의 진원지에 세워졌다는 것을 떠올리며 그 요청을 받아들인다. 이들은 ‘과부촌’에 있는 ‘여인암’ 전설부터 조사한다. 과부촌은 혜정의 고향이고, 106세로 이 마을에서 최고령인 허말순은 그녀의 외할머니이다. 입원중인 외할머니는 손녀가 찾아올 때마다 파란만장한 자신의 일생과 여인암의 전설(늑대들에게 일곱 남매와 남편을 잃은 여인이 남편의 무덤자리에 솟아오른 ‘좆대바위’ 앞에서 아들을 낳게 해달라고 2백 년 동안 빌다가 구부린 채로 바위가 되었다는)을 들려준다. 허말순의 생을 이중으로 옭아맸던 것은 폭압적인 역사와 남존여비의 봉건제도였다. 그래서 그녀의 한 서린 생을 위무해준 것은 여인암에 서려 있는 전설의 세계일 수밖에 없었다. 남편 김병삼은 돈에 눈이 어두워 독립군인 처남을 밀고하여 죽게 하고 그 자신도 참혹한 죽음을 맞이하고, 말순은 시아버지에게 겁탈당한 후 아이를 사산(死産)하는 아픔을 겪는다. 그런데도 그녀가 소중한 유산처럼 남긴 것은 봉건윤리가 집약된 가훈이었다.혜정과 김 교수는 또 ‘자매봉’ 전설의 고장을 답사하기도 하고, ‘떡나무골’ 전설이 서린 산골짜기를 찾아갔다가는 벼랑 중턱에서 조난되어 토비굴에서 며칠을 보내다가 구조된다. 혜정의 시어머니 공씨는 김 교수와 가까워지는 며느리를 못마땅해하다가, 김 교수의 인형을 만들어 찌르고 때리고 불태우며 저주를 퍼붓는다. 혜정은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남편을 몽매에도 잊지 못하지만, 김 교수와의 만남이 잦아지면서 마음의 동요를 겪게 된다. 김 교수는 혜정이 마음을 열 때까지 몇십 년이라도 기다리겠다고 말한다. 한편, 혜정의 딸 은주는 돈 많은 유부남과 연애를 하면서도 타인의 눈을 의식하지 않는다. 구시대의 윤리관을 떨쳐버릴 수 없는 어머니와 신세대의 자유분방함을 지닌 딸 사이에 언쟁이 잦아지지만, 모녀 사이의 대화는 사고방식의 차이만 드러낼 뿐 접점을 찾지 못한다. 그런가 하면, 외할머니가 세상을 뜨자 그녀의 병석을 지키던 혜정의 친정어머니 김순희는 ‘신경착란증’(정신분열증)을 일으켜 자기는 처녀이니 시집을 보내달라고 외친다. 권 부장(돌쇠)과의 이루지 못한 사랑을 일생 동안 간직해오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을 방해했던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마음을 놓아버린 것이다.
[인터파크 제공]
살아남은 전설 (1)
살아남은 전설 (2)
작가 소개 저자
장혜영 1955년생.
중단편소설: 60여 편 발표
장편소설: "붉은아침"외 다수
중단편집: 하늘과 땅과 바다
번역소설: 러시아에서 만난 여인 (일본 신간사 출간)
학술저서: "한국을 해부한다" "한국의 고대사를 해부한다:
목차
1권
1장 우연한 인인
2장 과부촌
3장 피난민
4장 난봉꾼
5장 모녀의 갈등
6장 사랑과 불륜
7장 깊은 계곡
8장 설움
9장 사랑의 대결
10장 자매봉 전설
11장 여자의 운명
12장 동병상련
13장 죄악의 씨앗
14장 식어버린 핏덩이
15장 떡나무골 전설
2권
16장 비 내리는 토비굴
17장 연적
18장 죽음의 그림자
19장 원앙
20장 배신과 권리
21장 원수가 된 사돈
22장 여인암의 정체
23장 장미와 화분
24장 난세를 이겨낸 여인암
25장 양산백과 축영대
26장 가운
27장 고백
28장 피우지 못한 사랑
29장 증오
30장 영원한 이별
31장 고목에 핀 꽃
32장 어둠 속의 바이올린 소리
33장 폭설
[알라딘 제공]
전자책 소개
살아남은 전설 1,2
살아남은 전설 1,2
]장혜영 지음 실천문학사
2006-04-17
'중국에서 중견작가로서의 입지를 확고하게 굳힌 장혜영(張慧英)의 장편소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면서 전설들에 내장된 상징성을 다각적으로 해석해내기도 하고, 남존여비의 뿌리깊은 관습에 짓눌리며 살아온 여인들의 운명을 겹겹이 중첩시킴으로써 4대에 걸친 여성사를 통해 이국땅에 뿌리내려온 우리 민족의 처절한 삶의 역사와 함께 자본주의의 풍조가 휩쓸고 있는 오늘의 중국땅에서 심대한 변화를 겪고 있는 여성윤리의 문제를 심도 있게 파헤치고 있다. '
<중국 조선족작가 국내출간 소설 주목>
기사입력 2003-10-26 07:00 최종수정2003-10-26 07:00
(서울=연합뉴스) 신지홍 기자 =
역량있는 조선족 작가들의 국내 작품출간이 최근 잇따르고 있다.
재작년 타계한 조선족 문단의 최고봉 고(故) 김학철의 대표작 몇편이 1990년대 선보이기는 했다. 그러나 미국과 러시아, 일본 등지에 비해 조선족 작가들에 우리 문학계가 무관심했던 것을 감안하면, 최근 잇단 소개는 동포문학의 재정립 추진분위기에 맞물려 주목되는 현상이다.
실천문학사는 3년전 한국으로 건너와 글을 써온 조선족 소설가 장혜영(48)씨의 장편 「살아남은 전설」(전2권)을 출간했다. 장씨는 중국 흑룡강성 목단강시를 근거로 80여편의 중단편과 장편소설을 발표, 장편소설대상 등 20여개의 문학상을 수상한 중진이다.
"거처가 불안한 상황이 오히려 글을 쓰는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장씨는 지난 2000년 한국으로 훌쩍 건너온 이래 친구.친지집과 여관을 전전했다. 그간 장편 3편을 완성했는데 「살아남은 전설」은 처녀 출간으로, 다른 완성작들도 곧 선보일 예정이다.
「살아남은 전설」은 전설과 역사적 현실을 넘나들며 4대에 걸친 조선족 여성사의 질곡을 그린 묵직한 작품이다. 출판사 편집부장인 동혜정이라는 여성이 봉건윤리에 짖눌렸던 조선족 여인들의 한맺힌 삶의 기억이 장구한 세월 속에 전설로 전화됐음을 밝히는 이야기와, 신세대 여성들의 바뀐 연애 이야기가 엇갈리는 형식으로 짜여졌다.
재작년 타계한 조선족 문단의 최고봉 고(故) 김학철의 대표작 몇편이 1990년대 선보이기는 했다. 그러나 미국과 러시아, 일본 등지에 비해 조선족 작가들에 우리 문학계가 무관심했던 것을 감안하면, 최근 잇단 소개는 동포문학의 재정립 추진분위기에 맞물려 주목되는 현상이다.
실천문학사는 3년전 한국으로 건너와 글을 써온 조선족 소설가 장혜영(48)씨의 장편 「살아남은 전설」(전2권)을 출간했다. 장씨는 중국 흑룡강성 목단강시를 근거로 80여편의 중단편과 장편소설을 발표, 장편소설대상 등 20여개의 문학상을 수상한 중진이다.
"거처가 불안한 상황이 오히려 글을 쓰는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장씨는 지난 2000년 한국으로 훌쩍 건너온 이래 친구.친지집과 여관을 전전했다. 그간 장편 3편을 완성했는데 「살아남은 전설」은 처녀 출간으로, 다른 완성작들도 곧 선보일 예정이다.
「살아남은 전설」은 전설과 역사적 현실을 넘나들며 4대에 걸친 조선족 여성사의 질곡을 그린 묵직한 작품이다. 출판사 편집부장인 동혜정이라는 여성이 봉건윤리에 짖눌렸던 조선족 여인들의 한맺힌 삶의 기억이 장구한 세월 속에 전설로 전화됐음을 밝히는 이야기와, 신세대 여성들의 바뀐 연애 이야기가 엇갈리는 형식으로 짜여졌다.
[경향신문]
조선족 모녀 4대의 辛酸한 인생역정 기사입력 2003-10-31 17:18 최종수정2003-10-31 17:18
-장혜영 국내 데뷔작 ‘살아남은 전설’-
“조선족 사회에서 한국어로 된 문학작품은 설 땅을 잃었습니다. 이제 한국 독자들을 향한 작품을 쓰겠습니다”
조선족 작가 장혜영씨가 장편소설 ‘살아남은 전설’(2권·실천문학사)로 국내 독자들에게 첫 인사를 했다. 1955년 중국 미산시에서 태어나 중등학교 국어교사, 헤이룽장 조선민족출판사 편집직원 등으로 일했던 그는 장편소설 ‘희망탑’ ‘여자의 문’, 작품집 ‘하늘과 땅과 바다’ 등 수많은 작품을 발표하고 20여개 문학상을 받은 유명작가다.
그런 그가 처음 한국땅을 밟은 건 지난 98년. 한국문인협회 초청으로 한국에 보름간 머물며 이곳에서 자신의 문학적 꿈을 펼쳐야겠다고 결심한 그는 2000년 개인자격으로 다시 건너와 3년째 집필에 몰두하고 있다. “조선족 젊은이들은 중국교육을 받으면서 한글을 더이상 읽지 않고 한글을 읽을 수 있는 사람들조차 자본주의화 격랑 속에서 문학을 외면하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다.
장씨는 지난 3년간 고정된 거처도 갖지 못한 어려운 상황에서 소설쓰기를 계속해 ‘살아남은 전설’ 이외에 ‘태양은 산너머에 있다’ ‘피의 나라’ 등 3개의 장편소설을 탈고했는데 이중 ‘살아남은 전설’이 이번에 빛을 보게 됐다. 이 작품은 출판사 편집부장인 주인공 동혜정을 중심으로 외할머니와 어머니, 딸 등 모녀 4대의 인생을 그렸다. 남존여비의 봉건제도 아래서 한많은 일생을 살았던 외할머니 허말순, 어머니의 반대로 사랑하는 사람과 맺어지지 못한 슬픔을 간직하다 끝내 정신분열증에 걸린 어머니 김순희, 그리고 남편을 잃은 뒤 함께 일하는 김인호 교수와의 새로운 사랑 앞에서 망설이는 동혜정, 어머니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유부남과 자유연애를 즐기는 딸 은주의 삶을 통해 급격히 변화하는 여성의 가치관이 드러난다.
또한 동혜정과 김교수가 경포시(목단강시를 모델로 한 소설속 지명)의 요청을 받아 구비문학으로 전해지는 조선족의 전설을 수집하는 과정을 통해 여인들의 응축된 한을 보여줌으로써 여성의 역사를 모녀 4대에서 전설의 영역까지 확장했다.
장씨는 “아직 조선족 어투가 남아있지만 한국식 어투와 구성으로 한국 독자들을 염두에 두고 쓴 작품”이라고 말했다. 현재 완성된 작품 중 ‘피의 나라’는 6·25를 소재로 한 역사소설이며 ‘태양은 산너머에 있다’는 한국 지식인사회를 무대로 한 철학소설. 그는 “생활은 어렵지만 자료가 많아서 글쓰기의 천국”이라며 “두 작품의 출판건이 마무리되는 대로 중국으로 돌아가지만 여전히 한국내 출판을 목표로 소설을 쓰겠다”고 밝혔다.
〈한윤정기자〉
-장혜영 국내 데뷔작 ‘살아남은 전설’-
“조선족 사회에서 한국어로 된 문학작품은 설 땅을 잃었습니다. 이제 한국 독자들을 향한 작품을 쓰겠습니다”
조선족 작가 장혜영씨가 장편소설 ‘살아남은 전설’(2권·실천문학사)로 국내 독자들에게 첫 인사를 했다. 1955년 중국 미산시에서 태어나 중등학교 국어교사, 헤이룽장 조선민족출판사 편집직원 등으로 일했던 그는 장편소설 ‘희망탑’ ‘여자의 문’, 작품집 ‘하늘과 땅과 바다’ 등 수많은 작품을 발표하고 20여개 문학상을 받은 유명작가다.
그런 그가 처음 한국땅을 밟은 건 지난 98년. 한국문인협회 초청으로 한국에 보름간 머물며 이곳에서 자신의 문학적 꿈을 펼쳐야겠다고 결심한 그는 2000년 개인자격으로 다시 건너와 3년째 집필에 몰두하고 있다. “조선족 젊은이들은 중국교육을 받으면서 한글을 더이상 읽지 않고 한글을 읽을 수 있는 사람들조차 자본주의화 격랑 속에서 문학을 외면하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다.
장씨는 지난 3년간 고정된 거처도 갖지 못한 어려운 상황에서 소설쓰기를 계속해 ‘살아남은 전설’ 이외에 ‘태양은 산너머에 있다’ ‘피의 나라’ 등 3개의 장편소설을 탈고했는데 이중 ‘살아남은 전설’이 이번에 빛을 보게 됐다. 이 작품은 출판사 편집부장인 주인공 동혜정을 중심으로 외할머니와 어머니, 딸 등 모녀 4대의 인생을 그렸다. 남존여비의 봉건제도 아래서 한많은 일생을 살았던 외할머니 허말순, 어머니의 반대로 사랑하는 사람과 맺어지지 못한 슬픔을 간직하다 끝내 정신분열증에 걸린 어머니 김순희, 그리고 남편을 잃은 뒤 함께 일하는 김인호 교수와의 새로운 사랑 앞에서 망설이는 동혜정, 어머니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유부남과 자유연애를 즐기는 딸 은주의 삶을 통해 급격히 변화하는 여성의 가치관이 드러난다.
또한 동혜정과 김교수가 경포시(목단강시를 모델로 한 소설속 지명)의 요청을 받아 구비문학으로 전해지는 조선족의 전설을 수집하는 과정을 통해 여인들의 응축된 한을 보여줌으로써 여성의 역사를 모녀 4대에서 전설의 영역까지 확장했다.
장씨는 “아직 조선족 어투가 남아있지만 한국식 어투와 구성으로 한국 독자들을 염두에 두고 쓴 작품”이라고 말했다. 현재 완성된 작품 중 ‘피의 나라’는 6·25를 소재로 한 역사소설이며 ‘태양은 산너머에 있다’는 한국 지식인사회를 무대로 한 철학소설. 그는 “생활은 어렵지만 자료가 많아서 글쓰기의 천국”이라며 “두 작품의 출판건이 마무리되는 대로 중국으로 돌아가지만 여전히 한국내 출판을 목표로 소설을 쓰겠다”고 밝혔다.
〈한윤정기자〉
[세계일보][Book]
전설과 역사를 넘나들며 조선족 여성의 질곡그려
기사입력 2003-10-29 20:15 최종수정2003-10-29 20:15
‘밤은 그녀의 눈물 속에 소리 없이 깊어갔다. 아아,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그날의 시간들. 그 시간들이 사무치도록 그리웠다. (중략) 지친 가로등만 껌벅껌벅 졸고 있는 밤거리를 비틀비틀 걸어갔다. 눈두덩이 팅팅 부어서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온 세상이 폐허가 되고, 그 폐허 위에 그녀가 혼자만 덜렁 버려진 것 같은 그런 적막한 기분이었다’.
중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동포 작가 장혜영(張慧英·48)씨가 한국어 장편소설 ‘살아남은 전설’(전 2권·실천문학사)을 펴냈다.
재작년 타개한 조선족 최고 문학가 김학철의 ‘격정시대’ ‘해란강아 말하라’ 등이 1990년대 초 국내에 소개된 이래 처음이라 이 작품은 출간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깊다. 중등학교 국어교사와 헤이룽강 조선민족출판사 편집을 역임한 장씨는 ‘하이네와 앵앵’ 등 단편 70여편과 20여편의 중-장편 소설집을 낸 중견작가.
‘살아남은 전설’은 전설과 역사적 현실을 넘나들며 4대에 걸친 조선족 여성사의 질곡을 그린 묵직한 작품이다. 출판사 편집부장인 동혜정이라는 여성이 민간(구비)문학을 가르치는 김인호 교수와 함께 봉건윤리에 짓눌렸던 조선족 여인들의 한 맺힌 삶의 기억이 장구한 세월 속에 전설로 전화됐음을 밝히는 이야기와, 신세대 여성들의 바뀐 연애 이야기가 엇갈리는 형식으로 짜였다.
장씨는 작품에서 여성들의 삶과 의식을 매우 중층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면서 전설들에 내장된 상징성을 다각적으로 해석해 내기도 하고, 남존여비의 뿌리깊은 관습에 짓눌리며 살아온 여인들의 운명을 겹겹이 중첩시킴으로써 전설들의 내용이 단순한 허구가 아님을 역설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조선족 사회를 약간은 닫힌 사회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제 한국을 알면서 비로소 세계에 한발 다가가는 중이죠.”
최근 한국으로 건너와 ‘철학소설’ 한 편을 탈고하는 등 서울 모처에서 집필에 전념하는 장씨는 “한국에 온 후부터 나 자신도 놀랄 정도로 엄청난 문학적 갱신의 과정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조정진기자 jjj@segye.com
중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동포 작가 장혜영(張慧英·48)씨가 한국어 장편소설 ‘살아남은 전설’(전 2권·실천문학사)을 펴냈다.
재작년 타개한 조선족 최고 문학가 김학철의 ‘격정시대’ ‘해란강아 말하라’ 등이 1990년대 초 국내에 소개된 이래 처음이라 이 작품은 출간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깊다. 중등학교 국어교사와 헤이룽강 조선민족출판사 편집을 역임한 장씨는 ‘하이네와 앵앵’ 등 단편 70여편과 20여편의 중-장편 소설집을 낸 중견작가.
‘살아남은 전설’은 전설과 역사적 현실을 넘나들며 4대에 걸친 조선족 여성사의 질곡을 그린 묵직한 작품이다. 출판사 편집부장인 동혜정이라는 여성이 민간(구비)문학을 가르치는 김인호 교수와 함께 봉건윤리에 짓눌렸던 조선족 여인들의 한 맺힌 삶의 기억이 장구한 세월 속에 전설로 전화됐음을 밝히는 이야기와, 신세대 여성들의 바뀐 연애 이야기가 엇갈리는 형식으로 짜였다.
장씨는 작품에서 여성들의 삶과 의식을 매우 중층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면서 전설들에 내장된 상징성을 다각적으로 해석해 내기도 하고, 남존여비의 뿌리깊은 관습에 짓눌리며 살아온 여인들의 운명을 겹겹이 중첩시킴으로써 전설들의 내용이 단순한 허구가 아님을 역설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조선족 사회를 약간은 닫힌 사회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제 한국을 알면서 비로소 세계에 한발 다가가는 중이죠.”
최근 한국으로 건너와 ‘철학소설’ 한 편을 탈고하는 등 서울 모처에서 집필에 전념하는 장씨는 “한국에 온 후부터 나 자신도 놀랄 정도로 엄청난 문학적 갱신의 과정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조정진기자 jjj@segye.com
[한겨레]
기사입력 2003-11-02 22:30
최종수정2003-11-02 22:30
살아남은 전설
중국 헤이룽장성에서 활발한 작품 활동을 벌이고 있는 동포 작가의 장편소설. 이국땅에서 뿌리내려온 우리 민족의 삶을 4대에 걸친 여성사를 통해 엿보게 한다. 장혜영 지음. -실천문학/9000원.
2008년 9월 6일 토요일
한국을 해부한다
한국을 해부한다
장혜영 지음
국학자료원
출간일 : 2002년 01월 30일
ISBN : 8982066551
정가: 13,000
정가: 13,000
책 소개
우리 민족에게 역사적으로 존재해왔던 사대성과 모방에 대한 비판을 가하고, 과연 우리 것이라고 떳떳하게 자랑할 만한 고유사상과 문화란 무엇일까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책이다. 화랑도에서부터 선비문화, 사대정치, 문학예술과 과학에서 보이는 모방사례들을 지적하고, 정통성을 지닌 우리 고유문화로서 무속과 민간신앙을 제시한다.
[리브로 제공]
[리브로 제공]
국내도서 > 인문학 > 문화 > 한국학/한국인 > 우리가 본 한국
차례
차례
책머리에
들어가는 말
허영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A. 망국을 불러온 국호 대한제국大韓帝國
B. 분열을 불러온 국호 대한민국大韓民國
C. 태극기에 담긴 이야기
D. 애국가에 담긴 이야기
E. 국화國花는 어떠한가?
범람하는 외래사상
사대정치와 제도의 모방
문학예술과 과학에서 보이는 모방
발달한 놀이문화
범람하는 외래사상
사대정치와 제도의 모방
문학예술과 과학에서 보이는 모방
발달한 놀이문화
A. 향가에서 보이는 풍류
B. 구전민요에서 보이는 음주가무와 유흥
C. 연중행사에서 보이는 놀이문화
실속 없는 한국의 대외의존경제
화랑도는 과연 고유사상인가?
선비정신에서의 모방경향
언어문자와 문화
풍수사상과 산육속
실속 없는 한국의 대외의존경제
화랑도는 과연 고유사상인가?
선비정신에서의 모방경향
언어문자와 문화
풍수사상과 산육속
A. 풍수상은 어디서 온 것인가?
B. 우리의 고유사상 산육속
무속신앙이야말로 고유문화이다
무속신앙이야말로 고유문화이다
A. 한국무속과 북아시아 민간신앙과의 관계
B. 예술의 모체로서의 무속
C. 무속의 놀이문화 경향
D. 우리 민족 고유문화의 뿌리가 된 무속의 독자성
E. 무속의 미신성
F. 무속의 서민적 경향
서양문화의 전래
나가는 말
저자의 다른 작품
서양문화의 전래
나가는 말
저자의 다른 작품
장편소설: 희망탑
여자의 문
살아남은 전설
무지개 그림자
바람의 아들
붉은아침
학술저서: 한국의 고대사를 해부한다
중단편집: 하늘과 땅과 바다
번역소설: 러시아에서 만난 여인 (일본)
2008년 9월 3일 수요일
장혜영장편소설 "붉은아침"
장혜영소설가
장편소설 "붉은아침"출간
차례
제1부 백년빙곡 (p.443)
1장. 안개 내린 서울
2장. 고요한 은파강
3장. 뜨거운 호수
4장. 꿈틀거리는 은파강
5장. 사랑과 이별
6장. 붉은 홍수
7장. 그윽한 여름
8장. 안개 짙은 서울
9장. 압록강을 넘어서
10장. 지리산의 정한
제2부 불타는 반도 (p. 413)
1장. 수난의 땅
2장. 영웅과 죄인
3장. 만리장성
4장. 뜨거운 여름
5장. 불행한 사람들
6장. 사랑과 증오
7장. 혈육과 사랑
8장. 눈물젖은 38선
9장. 평화의 전쟁
에필로그
초판: 2008년 5월 30일
펴낸 곳: 어문학사
정가: 10,000원
전국주요서점 발행 (제주도 포함)
황홀한 로맨스를 쓰고 싶었다.
그런데 사랑을 시들게 하는 퇴역한 과거의 그림자가 유령처럼 이야기의 스토커가 되었다. 결국 백년 세혐世嫌의 연착된 산통은 사랑의 양수가 터지며 여기 밀레니엄 황금신화를 분만시켰다. 늙은 관념의 지독한 관성으로 성역화 된 이데올로기의 폐허에서 마술처럼 피어난 사랑, 시대적 통한과 폭압의 유린을 딛고 풀대처럼 일어선 사랑은 그래서 파란만장할 수밖에 없었다.
전쟁의 광기는 정의라는 도용된 아이디로 로그인하여 인권능멸을 정당화하는데 인과의 형틀에 결박된 사랑은 세기적 윤리와 세습적 로고스의 지뢰밭에서 예고된 파멸의 해묵은 비극을 패러디할 따름이다. 사랑은 이데올로기의 권력에 분절된 가치경계의 압축을 푸는 알집이다. 오로지 사랑만이 굴절된 역사의 오류를 복원하고 세월의 빙하를 녹일 수 있는 관용의 태양이다.
정연의 밀항선을 타고 도탄의 강을 건너야 하며 육화된 정한의 성전聖戰이 발육기의 현존을 상식의 무덤에 생매장하는 욕망의 도살장에서 스스로를 구원해야 하는 애정행력의 통절한 울림이 서사의 행간마다 비장한 풍운의 파도로 출렁이게 했다. 이제 이 책의 출간으로 독자들과 더불어 민족의 수난사를 회간回看할 수 있게 되었다는 기대감에 미리부터 가슴이 설렌다.
"작가의 말"중에서
묻혀 있던 붉은 역사가 그보다 더 붉은 사랑으로 피어난다.
거대한 전쟁 속에 알알이 들어가 있던 사람들의 이야기
원한으로 엮여 보이지 않던 그들의 속에 숨어 있던
사랑이 한 권의 책을 집필하려는 의지속에서 드러난다.
표사 중에서
사랑과 원한의 붉은빛 이중주
한국으로 유학 온 중국인 유학생 최준호가 저서 『6.25 참전자 실록』을 쓰기 위해 한종수를 찾아가며 이야기는 전개된다. 그는 가장 객관적인 시선으로 자신의 할아버지 세대가 겪은 6.25라는 민족 전쟁사를 적기 위해 그 전쟁을 겪은 사람들의 다양한 경험담을 필요로 한다. 그러던 중 알게 된 한종수라는 노인은 자신의 할아버지가 죽었다고 장담한, 자신의 가족과 직접적인 원한 관계에 있는 인물이기에 준호는 그를 통해 자신의 할아버지의 의견과는 대조적인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보다 객관적인 전쟁담을 적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한종수를 찾아간다. 하지만 준호가 최덕구의 손자라는 사실을 안 한종수는 그를 박대하며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해주지 않으려 한다. 아직도 당시의 삶을 살아간 이들의 가슴속에는 당대의 한과 설움이 남아 있는 것이다. 현재의 준호가 한종수를 찾아가고 그의 손녀 유리를 만나는 이야기와 준호의 할아버지 최덕구가 살던 시절부터 두 집안 사이에 원한이 쌓이게 된 이야기가 맞물리며 소설은 전개된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현재 상황에 대한 의문이 과거 이야기가 진행되며 하나 씩 풀려가는 재미를 소설은 주고 있다. 그리고 현재의 상황이 잔잔한 사랑 이야기와 두 남녀의 진지한 사유로 진행되는 반면 과거 이야기는 때로는 서정적이며 때로는 강렬하고 급박한 현장감으로 진행돼 두 가지의 매력으로서 읽는 이에게 다가선다. 현실의 준호와 유리가 사랑으로 발전되는 관계와 반대로 과거 상황은 점차 원한이 깊어지며 갈등의 고조를 점점 극대화시킨다. 덕구와 서로 좋아하는 사이였던 곱단이가 빚 때문에 한종수의 첩으로 가는 빈부 격차 문제를 시작으로, 공산주의 이념이 들어오고 전쟁이 시작되며 사상, 이념적인 문제로 빚어진 덕민의 죽음과 같은 어쩔 수 없는 상황들, 그리고 이로 인해 점점 감정의 골이 깊어져 서로에 대한 원한으로 전쟁에 임하는 두 집안의 모습이 나타난다. 이러한 앙숙인 두 집안의 이야기에서 6.25 전쟁을 겪으며 소설은 그 시대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겼었을 아픔의 이야기로 변화해 간다. 이제 소설은 개인사가 아닌 한 시대의 역사로서 처참한 전쟁의 광경, 같은 모습을 한 사람들이 서로 싸우며 느끼는 괴리감 등을 명료하게 보여준다. 또한 소설은 현실에서 준호의 앞집에 사는 지은이라는 인물을 통해 6.25 시기의 사람들이 겪었던 아픔이 비단 준호네만이 아닌 보편적으로 많은 이들에게 일어난 일이었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려준다. 최덕구, 한종수네가 아닌 제3자인 지은이라는 인물의 삶을 보여줌으로서 보편적 시대상을 구축해낸 것이다. 그리고 지은과 탈북청년 명철과의 사랑, 그리고 준호와 유리와의 사랑을 통해 과거를 딛고 두 개로 나뉜 사람들이 화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시한다. 두 집안의 원한, 빈부격차가 있던 시기의 아픔, 시대적 상처, 소설은 이러한 것들을 속도감 있게 전개해 읽는 이로 하여금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6.25를 살아간 사람들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와 그러한 아픔을 겪은 이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작가의 눈이 소설을 읽으며 현재의 분단 상황과 사람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을 이끌어내게 해준다. 원문 보기: http://drama01.imbc.com/self_recom/faq_read.asp?number=5983&p=&bcode=&hsearchtxt=
■ 붉은 아침 1·22008.5.30
어문학사 펴냄 장혜영 지음
6.25에 원한관계로 남은 가족사원한과 사랑이 교차되는 현재서민들의 애환을 사랑으로 풀다
어문학사에서 펴냈습니다.6.25를 겪으며 원한 관계로 남은 두 가족사를 배경으로 한 소설입니다. 한종수, 최덕구가 살던 과거 이야기와 손자 준호와 유리의 사랑이 교차되며 이야기의 재미를 더합니다. 빈부격차, 이념, 전쟁 등으로 쌓였던 서민들의 애환을 현재의 사랑으로 풀어내며,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소설적재미를 선사합니다.
어문학사에서 펴냈습니다.6.25를 겪으며 원한 관계로 남은 두 가족사를 배경으로 한 소설입니다. 한종수, 최덕구가 살던 과거 이야기와 손자 준호와 유리의 사랑이 교차되며 이야기의 재미를 더합니다. 빈부격차, 이념, 전쟁 등으로 쌓였던 서민들의 애환을 현재의 사랑으로 풀어내며,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소설적재미를 선사합니다.
2008년 8월 31일 일요일
한국의 고대사를 해부한다
한국의 고대사를 해부한다
저자:장혜영
출판:어문학사
발행:2008년 8월 8일
쪽수:p392
정가:13,000원
권두언
본서의 집필은 요즘 사학계는 물론 국민들 속에서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고대사관심사와도 맞물려 적기라 생각하고 붓을 들었다.
졸저 『한국을 해부한다』가 지난 2002년 국학자료원에서 펴낸 지도 어언 6년이라는 세월이 흘러갔다. 그동안 이 책은 대학생희망도서, 인문학계열 대학교재로 선정되면서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이번에 출간되는 속집은 상기 저술에서 역사편이라는 제한으로 미진했던 상고사담론을 다룬 선사시대편이다. 본서에서는 『단군신화』, 빗살무늬토기, 비파형동검, 적석총, 한민족기원, 동이족과 한민족간의 관계, 아사달의 위치, 가림토문자 등 다양한 선사先史쟁점들과 최근 급속도로 한중역사전쟁으로 비화되고 있는 고구려귀속논란, 간도영유권분쟁에 이르기까지 심도 있는 학술적 집도執刀로 재야사학계의 지독한 국수주의의 광기에 왜곡된 고대사 전반에 대해 냉철한 비판을 가하는 동시에 필자의 견해를 추가, 새로운 해석을 시도했다.
과거의 흔적은 역사의 게시판에서 삭제되지 않고 현재를 부각하는 원격조명사의 天職을 포기하지 않는다. 배경의 관성을 상실한 현재는 무대의 前面에 나설 에너지결여의 수모를 견뎌내야 한다. 국가이미지는 역사가 뿌리고 간 씨앗―문화의 포장 없이는 고가브랜드자격을 취득할 수 없다. 명문화된 역사적 기록은 시공을 초월해 유대인 경우처럼 명분 없는 복고마저 정당화하는 魔力을 갖고 있다.
과거의 흔적은 역사의 게시판에서 삭제되지 않고 현재를 부각하는 원격조명사의 天職을 포기하지 않는다. 배경의 관성을 상실한 현재는 무대의 前面에 나설 에너지결여의 수모를 견뎌내야 한다. 국가이미지는 역사가 뿌리고 간 씨앗―문화의 포장 없이는 고가브랜드자격을 취득할 수 없다. 명문화된 역사적 기록은 시공을 초월해 유대인 경우처럼 명분 없는 복고마저 정당화하는 魔力을 갖고 있다.
과거는 결코 사장되지 않는다. 魂들은 살아서 역사채널을 통해 魄들과 당당히 전쟁을 벌인다. 팔레스티나전쟁과 코소보전쟁이 그 사실을 입증해준다. 이 전쟁의 무기는 세월의 기억이 현재에 배당하는 명분인데 이 첨단무기를 소유하지 못한 자는 과거를 수정해서라도 반드시 근거를 손에 넣으려고 한다. 역사조작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현재에 대한 지배력으로 급등한 과거의 주가는 진실이 살해된 역사의 폐허에서 부활한다. 급기야는 상한선을 초월하여 현재를 잠식하는 우량주로 둔갑한다. 현실통과를 위한 진실조작은 바로 이 죽어버린 신神―역사가 하사하는 막강한 세습권력을 노리는 행위이다. 그리하여 진실의 주가는 순식간에 폭락하여 파지가 되고 만다.
그러나 진실은 인간사회의 균형을 지탱하는 정의와 정당성의 잣대이다. 이 잣대가 굴절되면 사회기틀의 붕괴를 초래할 것이다. 비정의 그늘 밑에서 선을 능멸하는 모든 악이 정당화되고 위선과 기만이 합법화되기에 진실은 반드시 복구되어야 한다.
사료의 결여로 해체된 고대사퍼즐은 극히 제한적인 고고학의 발굴로 일부 복구되지만 나머지 공백은 어쩔 수 없이 추측과 상상으로 보완된다. 추측과 상상에는 한계가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고대사의 진실은 현재의 야욕에 오염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학문을 진리탐구가 아닌 애국애족의 관점으로 접근할 때 역사는 이기주의의 제물이 된다. 그러므로 학문연구의 시발점은 객관적 진리의 장소여야지 목적의 협소한 暗道를 밀행해서는 안 된다. 헛된 자긍심은 허영과 결탁하여 잠시 추진력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종국적으로는 실패를 부르는 화근이 된다. 실속 있는 파악만이 탄탄한 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그 기틀 위에서 굴욕의 역사로부터 탈피하여 빛나는 미래를 창조할 수 있는 추진력이 될 것이기에 허영으로 굴절된 역사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사학자들은 보잘 것 없는 과거를 부풀리기에 급급해 하지 말고 현재를 화려하게 장식하는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는 과거의 주인이 아니라 미래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한국 고대사, 고구려사, 그리고 이른바 『간도영유권문제』가 최근 들어 이슈화된 원인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한국의 경제발전과 무관하지 않다. 국가의 경제성장은 그에 정비례하는 정치, 지형적 변형을 지향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타자의 이익과 충돌하면서 도의적 딜레마의 장벽에 가로막힌다. 이 장벽의 해제를 위한 명분 만들기 용으로 텍스트화 된 고대사연구는 사실적 학문이기를 거부하고 조작 가능한 책략적 수단으로 전락하고 만다. 이처럼 물리적 전쟁은 언제나 역사논쟁을 포괄한 문화전쟁으로 시작되는 것이다. 문화전쟁은 물리전쟁의 전주곡이다.
학자는 학문을 해야지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 정치는 욕망과 힘으로 하지만 학문은 양심과 진실로 한다. 목적 실현을 위한 부당한 명분을 추구하는 역사 성형수술 같은 건 정치가들에게 맡겨두고 학자는 진실탐구에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목적의 제물이 되고 욕망으로 얼룩지고 굴절된 역사를 진실에 반환해야 한다는 양심의 호소가 본서의 집필동기이기도 하다. 학문의 양심은 정치적 욕망을 견제하는 유일한 여과기이다. 학자의 사명은 이데올로기의 시녀가 아니라 역사의 진실을 밝히는 작업이다. 학문 앞에서는 국익도 민족의 이익도 진실보다 상위일 수 없다.진실을 이탈한 국익과 민족의 이익은 민족주의, 국수주의의 어리석은 광기일 뿐이다.
역사는 역사의 몫으로 돌아가야 한다.
본서의 집필취지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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