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고대사를 해부한다
저자:장혜영
출판:어문학사
발행:2008년 8월 8일
쪽수:p392
정가:13,000원
권두언
본서의 집필은 요즘 사학계는 물론 국민들 속에서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고대사관심사와도 맞물려 적기라 생각하고 붓을 들었다.
졸저 『한국을 해부한다』가 지난 2002년 국학자료원에서 펴낸 지도 어언 6년이라는 세월이 흘러갔다. 그동안 이 책은 대학생희망도서, 인문학계열 대학교재로 선정되면서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이번에 출간되는 속집은 상기 저술에서 역사편이라는 제한으로 미진했던 상고사담론을 다룬 선사시대편이다. 본서에서는 『단군신화』, 빗살무늬토기, 비파형동검, 적석총, 한민족기원, 동이족과 한민족간의 관계, 아사달의 위치, 가림토문자 등 다양한 선사先史쟁점들과 최근 급속도로 한중역사전쟁으로 비화되고 있는 고구려귀속논란, 간도영유권분쟁에 이르기까지 심도 있는 학술적 집도執刀로 재야사학계의 지독한 국수주의의 광기에 왜곡된 고대사 전반에 대해 냉철한 비판을 가하는 동시에 필자의 견해를 추가, 새로운 해석을 시도했다.
과거의 흔적은 역사의 게시판에서 삭제되지 않고 현재를 부각하는 원격조명사의 天職을 포기하지 않는다. 배경의 관성을 상실한 현재는 무대의 前面에 나설 에너지결여의 수모를 견뎌내야 한다. 국가이미지는 역사가 뿌리고 간 씨앗―문화의 포장 없이는 고가브랜드자격을 취득할 수 없다. 명문화된 역사적 기록은 시공을 초월해 유대인 경우처럼 명분 없는 복고마저 정당화하는 魔力을 갖고 있다.
과거의 흔적은 역사의 게시판에서 삭제되지 않고 현재를 부각하는 원격조명사의 天職을 포기하지 않는다. 배경의 관성을 상실한 현재는 무대의 前面에 나설 에너지결여의 수모를 견뎌내야 한다. 국가이미지는 역사가 뿌리고 간 씨앗―문화의 포장 없이는 고가브랜드자격을 취득할 수 없다. 명문화된 역사적 기록은 시공을 초월해 유대인 경우처럼 명분 없는 복고마저 정당화하는 魔力을 갖고 있다.
과거는 결코 사장되지 않는다. 魂들은 살아서 역사채널을 통해 魄들과 당당히 전쟁을 벌인다. 팔레스티나전쟁과 코소보전쟁이 그 사실을 입증해준다. 이 전쟁의 무기는 세월의 기억이 현재에 배당하는 명분인데 이 첨단무기를 소유하지 못한 자는 과거를 수정해서라도 반드시 근거를 손에 넣으려고 한다. 역사조작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현재에 대한 지배력으로 급등한 과거의 주가는 진실이 살해된 역사의 폐허에서 부활한다. 급기야는 상한선을 초월하여 현재를 잠식하는 우량주로 둔갑한다. 현실통과를 위한 진실조작은 바로 이 죽어버린 신神―역사가 하사하는 막강한 세습권력을 노리는 행위이다. 그리하여 진실의 주가는 순식간에 폭락하여 파지가 되고 만다.
그러나 진실은 인간사회의 균형을 지탱하는 정의와 정당성의 잣대이다. 이 잣대가 굴절되면 사회기틀의 붕괴를 초래할 것이다. 비정의 그늘 밑에서 선을 능멸하는 모든 악이 정당화되고 위선과 기만이 합법화되기에 진실은 반드시 복구되어야 한다.
사료의 결여로 해체된 고대사퍼즐은 극히 제한적인 고고학의 발굴로 일부 복구되지만 나머지 공백은 어쩔 수 없이 추측과 상상으로 보완된다. 추측과 상상에는 한계가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고대사의 진실은 현재의 야욕에 오염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학문을 진리탐구가 아닌 애국애족의 관점으로 접근할 때 역사는 이기주의의 제물이 된다. 그러므로 학문연구의 시발점은 객관적 진리의 장소여야지 목적의 협소한 暗道를 밀행해서는 안 된다. 헛된 자긍심은 허영과 결탁하여 잠시 추진력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종국적으로는 실패를 부르는 화근이 된다. 실속 있는 파악만이 탄탄한 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그 기틀 위에서 굴욕의 역사로부터 탈피하여 빛나는 미래를 창조할 수 있는 추진력이 될 것이기에 허영으로 굴절된 역사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사학자들은 보잘 것 없는 과거를 부풀리기에 급급해 하지 말고 현재를 화려하게 장식하는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는 과거의 주인이 아니라 미래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한국 고대사, 고구려사, 그리고 이른바 『간도영유권문제』가 최근 들어 이슈화된 원인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한국의 경제발전과 무관하지 않다. 국가의 경제성장은 그에 정비례하는 정치, 지형적 변형을 지향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타자의 이익과 충돌하면서 도의적 딜레마의 장벽에 가로막힌다. 이 장벽의 해제를 위한 명분 만들기 용으로 텍스트화 된 고대사연구는 사실적 학문이기를 거부하고 조작 가능한 책략적 수단으로 전락하고 만다. 이처럼 물리적 전쟁은 언제나 역사논쟁을 포괄한 문화전쟁으로 시작되는 것이다. 문화전쟁은 물리전쟁의 전주곡이다.
학자는 학문을 해야지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 정치는 욕망과 힘으로 하지만 학문은 양심과 진실로 한다. 목적 실현을 위한 부당한 명분을 추구하는 역사 성형수술 같은 건 정치가들에게 맡겨두고 학자는 진실탐구에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목적의 제물이 되고 욕망으로 얼룩지고 굴절된 역사를 진실에 반환해야 한다는 양심의 호소가 본서의 집필동기이기도 하다. 학문의 양심은 정치적 욕망을 견제하는 유일한 여과기이다. 학자의 사명은 이데올로기의 시녀가 아니라 역사의 진실을 밝히는 작업이다. 학문 앞에서는 국익도 민족의 이익도 진실보다 상위일 수 없다.진실을 이탈한 국익과 민족의 이익은 민족주의, 국수주의의 어리석은 광기일 뿐이다.
역사는 역사의 몫으로 돌아가야 한다.
본서의 집필취지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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